10일 연속 근무를 하고 드디어 쉬는 날.

교회라도 안 가면 정말 일-집-일-집뿐인 생활이라 교회에 가고 싶다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빼줄 수 있는 날은 빼달라고 했더니

일/월-그다음 주 금/토 이런 식으로 빼주면서 자꾸 10일씩 이어서 일을 하게 만든다. 망할.

10일 동안 일을 하고 나면 5일 일 하는 건 정말 금방이라서 좋은 점도 있긴 하다.


이번 주엔 점심 저녁 서비스를 다 해야 하는 미드시프트에 일을 해서 정말 체력도 멘탈도 탈탈 털렸다.

오더들이 한꺼번에 미친 듯이 밀려들어 오는 것도 또 너무 한가한 것도 

아니 주방일 힘든 거 누가 몰랐나? 근데 진짜로 힘든 일이다. 하…….

힘든 거에 비하면 받는 돈은 너무나 적고

학교 다니는 동안 셰프들이 누누이 나눠주시던 word of advice가 돈 벌고 많이 벌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관둬라! 였는데

그때는 별 생각 없었지.... 막상 일을 해보니 가끔 현타가 강하게 올 때가 있다.

내가 요리에 엄청난 열정이 있고 요리가 너무 즐겁고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쥐꼬리 월급받고 하기엔 너무 힘든일이 아닌가 하는....

하지만 그냥 하던 거 중에 제일 적성에 맞는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아직 Garde manger인데도 이런 데 과연 핫-라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하여튼 힘은 들지만, 재미는 있고 하루하루 보람은 있어서 즐겁게 하고는 있다. 

배운 것 중에 직업으로 연결된 건 이게 처음이니까.


또 매일매일 할 일 목록에 하나씩 줄 그어가며 시간안에 다 끝내고 퇴근하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정말 큰 성취감, 만족감이 있다.

고질적 우울증 의욕 없음이 일 시작하면서 사라졌다. 자존감도 올라가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 때 

규칙적인 생활을 해라.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해라. 그런 조언을 들었었는데

그때는 똥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못하는 지금의 내가 너무 싫은데 그래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그런 굴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뭔 규칙적인 생활 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라냐~~!~!~!

라고 생각했었다. 

사람이 참 이상한 게 그게 그렇게 힘든데 또 벗어나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랬다. 중2병이었나.


요즘엔 나는

내가 자라면서 긍정적인 성공경험이 없었나 성취감을 느낄 일이 없었나

기억을 정리 중.


이사를 하면서 찾았던 몇 년 전 받았던 심리검사결과에서 

나는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에서 얻은 열등감을 보상하려고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보상적 자기애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성공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대부분의 일을 수월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계속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확신이 부족하다고

그리고 항상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울해질 수 있다고.


다시금 읽으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나를 인정해줘야지 지금의 나에 만족해야지.

나는 지금을 살고있다. 지금을!

또 그래야 다른 사람의 현재를 인정해 줄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겠지.


나를 더 알고 싶어서 나를 더 사랑해주고 싶어서 나에 대해 정리해보자고 블로그를 개설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야 첫 글을 쓴다.


오늘은 드디어 짐 정리를 할 생각.

이사하고 바로 10일 연속근무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짐 정리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벌써 정오네.

그래도 오늘 안에 내 방은 끝낼 수 있겠지?


어제 종일 비가 왔었는데

밤사이 눈이 되었었나 보다.

내일 모래는 21도까지 올라가던데

여기 날씨는 정말..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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